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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창태 민사소송 패소 판결문 전문
추천 : 348 이름 : 안희태 작성일 : 2007-06-28 15:54:31 조회수 :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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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제 2 5 민 사 부

판           결

사       건 2006가합70429  손해배상(기)

원       고 금창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에이스

                 담당변호사 이상준, 이현지

피       고     1. 고경태

                    2. 이병

                    3. 한겨레신문 주식회사  대표이사 정태기

                    4. 최민희

                    5. 정일용

                       피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결

                        담당변호사 문건영

변 론 종 결 2007. 6. 13.

판 결 선 고 2007. 6. 27.

  

주       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 구 취 지

원고에게, 피고 고경태, 이병, 한겨레신문 주식회사는 연대하여 150,000,000원, 피고 최민희, 정일용은 각 10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주식회사 독립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시사저널’의 발행인 겸 편집인이고, 피고 고경태, 피고 이병은 피고 한겨레신문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주간지 ‘한겨레21’의 편집장과 편집인이고, 피고 최민희는 사단법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상임대표이었고, 피고 정일용은 한국기자협회의 회장이다.

  나. 삼성그룹 관련 기사의 게재를 둘러싼 분쟁의 발생

   (1) 시사저널의 이철현 기자가 2006. 6.경 작성한 삼성그룹 관련 기사의 게재를 둘러싸고 그 게재를 강행하려는 편집국장 이윤삼과 이를 막으려는 원고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였고, 이에 원고가 시사저널의 발행 및 편집의 최종책임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여 인쇄소에 위 기사의 삭제를 지시하는 방법으로 그 기사의 게재를 막았다.

  (2) 이윤삼은 위 사건에 대한 항의표시로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사표는 시사저널의 경영진에 의해 바로 수리되었다. 이에 시사저널 소속 기자들이 편집권 수호를 위한 총회를 소집하여 이와 관련된 성명을 발표하였고, 그 무렵부터 미디어 오늘, 오마이뉴스 등이 위와 같은 분쟁을 상세하게 보도하기 시작하였다.

  다. 이 사건 기사 등의 보도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시사저널에서 발생한 기사삭제를 둘러싼 분쟁이 일부 인터넷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지자, 피고들은 시사저널 경영진의 기사삭제행위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의 별지 기재 각 기사, 논평, 성명(이하 통틀어 ‘이 사건 기사 등’이라고 한다)을 보도하거나 발표하였다.

   (2) 별지 1 내지 3 기재 각 기사, 논평은 2006. 7. 4.자 및 2006. 7. 14.자 한겨레21에 실린 것이고(별지 1, 3 기재 논평은 피고 고경태가 작성한 것이다), 별지 4 기재 성명은 사단법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명의로 2006. 6. 22. 작성되어, 각 언론사의 미디어 및 엔지오 담당기자들에게 보내졌고, 별지 5 기재 성명은 한국기자협회의 명의로 2006. 6. 22. 발표되었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5호증, 을 1호증의 1, 2, 을 2호증의 1 내지 5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이철현 기자가 작성한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제목의 기사는 객관적으로 명백히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담고 있어 수차례에 걸쳐 이철현 기자와 편집국장 이윤삼에게 위 기사의 게재가 부적절함으로 이를 싣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양해를 구했으나, 편집국장이 그 뜻을 굽히지 아니하고 게재를 강행함으로써 부득이 시사저널의 발행 및 편집의 최종책임자인 원고가 시사저널의 회장, 상무, 광고국장과의 경영진 회의를 거쳐 인쇄소에 위 기사의 삭제를 지시함으로써 그 게재를 막은 것이다.

  나.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발행인 겸 편집자로서의 정당한 권한행사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이 작성하거나 발표한 이 사건 기사 등에는 ‘① 원고가 편집국장 몰래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광고로 대체하도록 지시하였다. ② 원고가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이 두터워 삼성그룹 관련 기사의 삭제를 지시하였다.’는 허위사실을 공통적으로 적시하면서 원고의 위와 같은 기사의 삭제 지시가 편집권의 침해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바, 이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므로, 피고들은 불법행위자 또는 그 사용자로서 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원고가 허위사실의 적시라고 주장하는 사실 중 위 사실 이외의 부분은 위 사실을 전제로 원고의 행위에 대한 피고들의 평가 또는 의견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그 부분에 대하여는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아니한다. 피고들은 이 사건 기사 등의 일부는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의견의 표명이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사실을 전제하고 있거나 묵시적으로라도 어떠한 사실을 전제하고 있고, 그렇게 전제된 사실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면 명예훼손책임이 성립된다고 보아야 하는바, 이 사건 기사 등에서 표명된 의견 역시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위 사실을 기초로 한 것이 명백한 이상 그로 인한 명예훼손책임의 성부는 위 사실의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의하여 좌우된다고 할 것이므로 아래에서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

3. 판단

  가.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

   (1) 일반론

    언론매체의 어떤 기사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여 불법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기사의 전체적인 취지와의 연관 하에서 기사의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다가 당해 기사의 배경이 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당해 표현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2)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기사 등에서 적시된 사실은 시사저널의 발행인 겸 편집인인 원고가 삼성그룹의 고위층과의 두터운 친분관계로 인하여 삼성그룹의 인사에 관하여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가 시사저널에 실리는 것을 막기 위하여 위 기사를 게재하려던 편집국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인쇄소에 기사삭제를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법으로 그 기사의 게재를 막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이로 인하여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었음은 명백해 보인다.

  나. 위법성 조각

   (1) 일반론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훼손행위를 한 경우에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는 경우에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

   (2) 이 사건의 경우

    (가) 공익성

     이 사건 기사 등은 시사저널에서 삼성그룹 관련 기사의 게재를 둘러싸고 발생한 언론매체의 발행인 겸 편집인과 편집국장 사이의 편집권 침해 여부의 논란을 다룬 것으로서 그 공공성은 인정된다.

    (나) 진실성 및 상당성

     1) 이 사건 기사 등의 내용 중 원고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의 진실성 또는 상당성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을 3, 4, 7 내지 11, 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원고는 1965.경 중앙일보 기자로 시작하여 2002.경까지 약 37년간 중앙일보  사장, 부회장 등으로 근무하였고, 2003. 4.경부터 시사저널 대표이사 및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원래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중앙일보는 1999.경 삼성그룹과 계열분리된 바 있으며, 원고는 이 사건과 관련된 형사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삼성 고위층과 친분이 있나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개인적인 친분은 있으나, 편집인으로서의 관련은 없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다.  

      ② 시사저널 기자인 이철현은 2006. 6. 15.경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이학수 부회장이 자신의 측근들을 삼성그룹의 주요 보직 또는 계열사 사장에 임명하는 등 독선적인 인사를 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긴 삼성그룹 인사 관련 기사를 작성 중이었다.

      ③ 원고는 6. 15. 15:00경 삼성그룹 홍보실 관계자로부터 삼성그룹 관련 기사가 작성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기사 게재를 재고하여 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은 후 편집국장 이윤삼을 사장실로 불러 “나와 삼성과의 관계를 잘 알고 있지 않느냐“는 등의 말을 하면서 위 기사의 보류 등을 권고하였고, 이윤삼은 확인해 보고 다음날 보고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다(당시까지 원고와 이윤삼은 이철현 기자가 작성한 위 기사를 읽어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④ 이윤삼이 6. 16. 오전 사장실로 찾아가 원고에게 위 기사가 기사로서의 요건을 잘 갖추고 있으므로 이번호에 빼기 어렵다고 보고하자, 원고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화를 내었고, 이에 이윤삼은 “기사를 내겠다”는 취지로 말한 후 바로 사장실을 나왔다.

      ⑤ 원고 등은 6. 16. 저녁 무렵 이윤삼에게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이윤삼이 전화를 받지 않아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⑥ 원고는 6. 16. 22:00경 시사저널 회장, 상무, 광고국장 등 4인의 간부회의를 열어 위 기사의 삭제를 결정하고, 같은 날 24:00경 인쇄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제작부서와 이야기가 되었으니 기사를 빼고 광고를 넣어달라”고 지시하였다.

      ⑦ 당시 위 간부회의가 열린 사장실은 건물 6층에 있었고, 이윤삼이 근무하는 편집국 사무실은 건물 5층에 있었는데, 위 간부회의 당시 원고 등은 이윤삼과 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한 이후에는 5층으로 직접 부르러 가거나 하는 등 별도의 방법으로 5층에 있는 이윤삼에게 위 간부회의 개최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고, 이윤삼은 위와 같은 기사 삭제 결정 등을 알지 못한 채 6. 17. 00:30경까지 위 편집국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퇴근하였다.

      ⑧ 이윤삼은 위 기사 삭제 사건과 관련하여 그 다음 근무일인 6. 19.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사표는 경영진에 의하여 즉시 수리되었다.

     2) 먼저, ‘원고가 편집국장 몰래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광고로 대체하도록 지시하였다.’는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편집국장 이윤삼이 원고의 기사 삭제 권유 또는 지시에 불응할 것 같은 태도를 보인 후 전화를 받지 않자 편집인의 자격으로 시사저널 회장 등과의 간부회의를 열면서 더 이상 이윤삼에게는 회의 개최 사실 및 그 후 회의 결과 등을 통지하지 않은 채 곧바로 자신이 직접 인쇄소에 기사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원고의 행위는, 편집국장이 이미 기사 삭제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고는 하나 편집실무책임자인 편집국장을 간부회의에 참여시키는 절차를 취하지 않은 채 회의를 진행하여 기사 삭제를 결정한 점과 그 결정이 이루어진 후에라도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충분히 편집국장 등 정상적인 편집 체계를 통하여 위 결정 내용을 수행하게 할 수 있었음에도 편집국장 등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편집인과 편집국장 등과의 의견충돌이 발생할 경우 언론계에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편집인의 문제 해결 방식 또는 편집권의 수행방식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이는바, 이 사건 기사 등에서 원고의 이러한 기사 삭제 지시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평가하고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사실과 관련된 기사내용은 전체적으로 진실에 부합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음으로, ‘원고가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이 두터워 삼성그룹 관련 기사의 삭제를 지시하였다’는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 보건대, 앞에서 본 원고의 이력 및 그 스스로 이 사건과 관련된 형사소송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삼성 고위층과) 개인적인 친분은 있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정황이라면 일반적으로 기사에서 “친분이 두텁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고 보이므로, 이 부분 표현의 진실성은 인정될 수 있다 할 것이나, 원고가 기사 삭제를 지시한 이유가 삼성그룹 고위층과의 친분 때문인 것처럼 기재된 것에 대해서는 위 인정사실만으로 이를 진실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나아가 피고들이 위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음에 있어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관하여 보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최초 원고가 이윤삼에게 기사 삭제를 권유 또는 지시하면서 강조한 것은 위 기사로 인한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명예훼손보다는 자신의 삼성 고위층과의 친분관계였으며, 당시까지 원고는 자신이 삭제를 권유하던 기사를 본 사실조차 없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다가 앞에서 본 원고의 이력과 간부회의를 통한 기사 삭제지시의 경위 등을 감안하면 이러한 사태를 직접 겪은 시사저널의 기자들과 그들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피고들이 위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기사 등의 내용은 공익성 및 진실성 또는 상당성이 인정되어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한다.

  

재판장      판사      한창호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노태홍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최인화  _________________________

 

 


(별지 1)

사장님, 그래도 됩니까?

 

“사장님, 그래도 됩니까?

한겨레신문사 사장께 물어보았습니다. 따진 건 아닙니다. 언론사 경영진의 한 사람에게 의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시사저널>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그곳 사장처럼 하고 싶으신지..., 사장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습니다.

<한겨레21>과 동종업계에 있는 <시사저널>을 이 지면에서 화제로 올리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른 척 피해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시사저널> 기자들은 요즘 사장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합니다. <시사저널 기자협회보>가 “시일야방성대곡” “심야의 쿠데타” 따위의 제목들을 붙인 걸 보면, 대충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개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른바 ‘뒷구멍 기사 삭제 사건’, <시사저널>은 지난주 발간되는 호에 삼성그룹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문제를 비평하는 3쪽 분량의 기사를 게재하려 했습니다. 중앙일보 출신으로 삼성 고위층과 친분이 두터운 금창태 사장은 난색을 표했습니다. 편집국장에게 삭제를 권유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국 인쇄기가 돌아가기 직전 편집국장 몰래 해당 기사를 광고로 대체하도록 했습니다. 뒤늦게 이를 안 이윤삼 편집국장은 경악을 했습니다. 그리고 6월19일 아침 항의성 사표를 내던졌습니다. 다음날 사표는 수리됐습니다.

편집권이 절대 불가침의 성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민감한 기사가 실릴 때, 경영진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권리가 있습니다. 광고영업파트와 편집 쪽이 갈등을 빚을 수도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사라고해서 ‘무풍지대’는 아닙니다. 특히 삼성관련 기사를 둘러싼 긴장관계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삼성쪽의 언론 플레이도 강력합니다. 언론이 당당해지기 위해 정치권력보다 거대자본의 산을 먼저 넘어야하는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 산을 넘으려면 경영진이 최소한의 상식을 갖춰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편집책임자를 왕따시키고 기사를 삭제한 금창태 사장의 행위는 몰상식의 표본으로 기록될 만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신선합니다. ‘언론탄압’의 본래 어감을 되찾았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언론탄압‘ 어쩌고 하는 어젠다를 조,중,동이 독점하다 보니 헷갈렸습니다. 언론이 탄압을 당하는건지, 언론이 오히려 정부와 여론을 탄압하는건지…. 제대로 된 ’언론탄압‘의 전형을 오랜만에 보여준 금창태 사장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만 같습니다.

‘고위층’에 비하면 <시사저널> 기자들은 양질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승리는 그들이 몫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널리즘이 변절하는 시대, 좋은 시사주간지 친구 하나를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끝.

                                             


(별지 2)

경영진 맘대로 기사 뺄 수 있는가

금창태 사장의 <한겨레21> 1억5천만원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시사저널> 사태… 삼성 기사 삭제 이후 편집국장 사표수리에 기자들 반발, 아직도 분위기 험악

 서울 중구 충정로에 위치한 <시사저널> 건물 6층 회장실. 지난 7월7일 오전 11시에 인터뷰를 약속한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은 30분이 지났는데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바로 옆 사무실에서 그의 고성이 쉼 없이 벽을 때렸다. 기자들도 주눅들지 않았다. 기자들은 △사장 퇴진 △(삭제된 삼성 관련) 기사 게재 △이윤삼 편집국장의 복귀를 거듭 요구했다. 예순여덟의 노구인 금 사장은 절대 물러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상의 큰 손해, 도덕적인 문제, 불법 등 경영진이 사퇴할 만한 3가지에 자신이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1시간30분 동안 고성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끝내고 기자들은 5층 편집국으로 총총히 내려왔다. 편집국은 곳곳에 “독립언론이라야 <시사저널>은 살 수 있다” “거대 자본 삼성은 광고로 언론을 길들이려 하지 말라”는 대자보와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다음주치 기사 마감을 앞둔 또 다른 긴장감도 감돌았다.

삼성과 그 연결고리, 삼성맨 금창태

 지난 6월20일 이후 <시사저널> 기자들의 투쟁은 이날도 계속되고 있었다. 기자들은 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을까? 기자들은 “삼성의 압력에 굴복한 경영진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들은 편집권을 사수하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발단은 이렇다. 6월19일 발행된 <시사저널> 870호에 3쪽 분량으로 실릴 예정이던 삼성 관련 기사 하나가 증발했다.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발행인·편집인은 6월17일 새벽 1시쯤 인쇄소에 연락해 기사를 뺐다. 이윤삼 편집국장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문제가 된 기사는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권력, 너무 비대해졌다“는 제목으로 삼성그룹의 ‘2인자’인 이학수 부회장(전 전략기획실장)이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반발하는 목소리가 삼성 내부에서 흘러나온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들은 이 사건이 금 사장이 삼성의 압력에 굴복해 편집권의 독립을 훼손한 것이라는 문제로 접근했다. 사장이 아무리 편집인을 겸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편집국의 총책임자인 편집국장의 동의 없이 한밤중에 기사를 들어낸 것은 편집권 침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직후 항의 표시로 이윤삼 편집국장이 낸 사표가 곧바로 수리됐다.

 <시사저널>은 지난해에도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팀제로 조직운영을 바꾸려는 사장과 편집국의 마찰이 있었다. 당시 퇴진 요구에 부닥친 금 사장은 ‘<시사저널> 정상화를 위한 확인서’를 통해 편집권을 포함한 편집국 운영을 문서로 보장했다. 금 사장은 편집권에 대해 “편집기획 내용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편집권에 관한 국장의 권한을 존중한다”고 약속했다. 기자들은 이번 기사 삭제가 지난해 약속을 깬 것으로 봤다.

 기자들은 <시사저널 기자협회보>를 통해 문제의 본질이 “기사 하나가 게재되느냐 안 되느냐가 아니다.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이 독립 언론의 편집권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그 연결고리에는 지난 3년간 삼성을 대변하며 편집권 강탈에만 골몰해온 ‘삼성맨’ 금창태 사장이 있다”고 주장한다. 기자들은 금 사장이 여러 차례 편집국 기자나 간부들에게 “힘들 때 최후에 기댈 수 있는 데는 결국 삼성뿐이다. 그러니까 삼성에 대해서는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기사 좀 쓰지 말자”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삼성 특집을 다뤘을 때도 편집국장과 몇몇 기자가 사장에게서 질책과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금 사장의 얘기는 다르다. 그는 “내가 거기(<중앙일보>) 있을 땐 거기 기자였지만 여기(<시사저널>) 와선 여기 기자다. 왜 내가 거기(삼성) 눈치를 보냐? 여지껏 내가 온 뒤로 삼성 기사가 빠진 적이 있냐”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금 사장은 이번에 빠진 기사가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어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기자들은 “애초 기사 삭제를 요구할 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그는 오랫동안 삼성과 특수관계였던 <중앙일보>에 기자와 경영인으로서 수십 년을 일해왔다. 기자들은 일찍이 2003년 4월 그가 사장으로 임명되자 <중앙일보> 출신이라는 점을 우려해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사저널>의 한 기자는 편집권 침해에 대해 “편집인이 편집권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편집인이 자의적으로 기사를 빼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편집인들이 얼마든지 기사를 삭제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인의 권리도 편집국장을 통해서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우리 언론학계에선 편집인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통일되고 명확한 해석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금 사장은 편집권 침해 여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한겨레21> <한국기자협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 3곳을 상대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7월6일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2003년 사장 임명 때부터 우려

 언론계에 편집권 침해 논란을 가져온 이번 사건은 본질적으로 언론과 자본의 관계를 재조명해볼 기회를 던져주고 있다. 고재열 <시사저널> 기자는 “이번 사건은 광고주인 재벌로부터 독립되지 않은 한국 언론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청와대가 나섰더라면 이렇게 기사를 뺄 수 없었을 것이다. 삼성이니까 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시사저널>뿐 아니라 언제든 모든 언론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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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으로서 할 일 한 것뿐”

기자들로부터 퇴진 요구받는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 인터뷰

 

<한겨레21>은 지난 7월7일 기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금창태(68) <시사저널> 사장을 만났다. 금 사장은 “사장 겸 편집인으로서 법적으로 모든 편집 권한이 나에게 있다. 사내 편집국의 지휘·감독 권한도 있다”며 기사를 뺀 것이 정당한 편집권의 행사라고 말했다.

 

- 기자들은 정당한 편집권 행사가 아니라고 하는데.

 언론사에서 어떻게 하다 보니 관행상 (편집장에게) 편집권을 위임하고 편집인은 단지 관리·감독만한다. 평소 문제가 없을 땐 그런 게 보장된다. 그러나 편집권이 잘못 행사되면 편집인이 편집장을 지휘·감독하게 돼 있다. 결국 이번 사태도 편집장과 편집인의 의견 통일이 안 돼 편집인으로서 직무상 권한을 행사했던 정당한 것이다. 지난해 편집국 기자들에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편집권에 관한 편집국장의 권한을 존중한다고 약속했다.

- 빠진 기사가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건가.

 명예훼손이 분명했기 때문에 일단 보류했다. 취재 대상(삼성)이 강력히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자료를 제시했다. 기사에 사진이 나오는 4~5명의 코멘트(언급)가 하나도 없었다. 기사가 사실이 아닌데 편집인으로서 내보낼 수 있나. 마감 시간이 다 돼 급하게 임원회의를 열어서 결정한 뒤 기사를 뺐다.

- 삼성 기사이기 때문에 누락된 것 아닌가.

 <시사저널>에서 삼성 기사를 쓴 게 한두 건이 아니다. 이번 사건 외에 빠진 적이 있었나? 한 건도 없다. 그렇지 않은 근거로 얘기한다면 내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홍보실에선 기사가 나갈 때마다 잘 봐달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것을 압력으로 느낀 적은 없다. 지난해 통권 기사로 삼성을 다뤘지만 다 나갔다. 왜 이번만 삼성이기 때문에 뺐다고 보는가.

- 기사를 다시 내보낼 생각은.

 기사를 못 나가게 하는 게 아니다. 검증해서 이의 제기를 못하도록 근거를 제시하고 당사자 반론을 듣고 하면 지금이라도 내보낼 수 있다.

- 기자들이 퇴진을 요구하는데.

 적어도 사장이 탄핵당하려면 경영상 큰 손실이나 도덕적 큰 하자, 실정법 위반 정도가 있어야 한다. 물러나라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끝.

 


(별지 3)

상식의 표본

 

1억5천만원어치 아픔을 드려 죄송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골고루 아픔을 나눠드린 것은 아닙니다. 한분이 혼자 차지했습니다.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입니다.

정말이지 이런 칼럼을 또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동종업계 매체에 관해 다시 왈가왈부하기 싫었습니다.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이 <한겨레21>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16~17쪽 관련기사 참조). 2주 전 이곳에 쓴 ‘사장님, 그래도 됩니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문제 삼았습니다. 사전에 본인에게 확인을 하지 않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겁니다. 그는 민·형사상 책임을 모두 물었습니다. 민사소송 가액은 1억5천만원입니다. <한겨레21>뿐만 아니라 비난 성명을 발표했던 한국기자협회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똑같은 방식으로 고소했습니다. 도합 4억5천만원입니다.

음…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망설여집니다. 지금 시간은 새벽 2시, 마감은 급한데 글의 진도가 잘 안 나갑니다. 잘못 자판을 놀렸다가 곱빼기로 소송에 휘말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1억5천만원의 ‘위축 효과’와 ‘재갈 효과’가 은근히 센가 봅니다.

소송이 닥칠 거라는 예감은 했습니다. 이미 금창태 사장에게 개인적으로 전해들었던 내용입니다. 문제의 칼럼이 실린 <한겨레21>이 발행됐던 6월 26일 저녁, 그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는 수십 년간의 언론인 생활 중 가장 모욕적인 일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언론 탄압의 가해자’로 비쳐지는 게 참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특히 ‘몰상식의 표본’이라는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남을 실명으로 비판하는 게 얼마나 못할 짓인지 잘 압니다. 그의 어조는 높았고 거칠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 정도 수준의 화풀이는 꾹 참고 감수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래도 최후통첩 멘트는 듣기 거북했습니다. “모레 오전까지 내 사무실로 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 저도 인간적 모멸감이 솔솔 피어오를락 말락 했습니다. 설마 오란다고 쪼르르 달려가 석고대죄하리라 믿지는 않으셨겠지요?

그날 <시사저널>의 몇몇 기자들에게는 “고맙다”는 전화 인사를 받았습니다. 비극적인 일입니다. 남의 신문사 내분에 엉뚱하게 끼여 곤혹스럽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소송에 대해 “끝까지 강력 투쟁” 따위의 선언은 남발하지 않겠습니다. 토론이 필요하다면 하겠습니다. 금창태 사장이 비타협적으로 소송에 임하겠다면 이기기를 빌겠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이렇게 말을 바꾸는 날이 오기를 상상해봅니다. “편집국장을 따돌리고 삼성 관련 기사를 삭제한 금창태 사장의 행위는 정당한 편집권의 행사이며, 따라서 ‘상식의 표본’으로 기록될 만하다.” 끝.

 


(별지 4)

금창태 사장은 편집권 침해 책임져라

 19일 발매된 <시사저널>에 실릴 예정이었던 삼성 관련 기사가 <시사저널> 경영진에 의해 삭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1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삭제된 기사는 삼성 그룹의 인사 문제를 다룬 것으로 '이학수 부회장 권력, 너무 비대해졌다'는 제목으로 나갈 예정이었으나, 16일 저녁 심상기 회장이 주재한 간부회의를 거쳐 인쇄 직전에 빠졌다고 한다.

 한편, 이윤삼 편집국장은 기사 삭제에 반발해 19일 사표를 냈고, 편집국 기자들은 21일 비상총회를 열어 이 국장의 복귀와 금창태 사장의 퇴진, 최고경영진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는 재벌과 언론사 경영진에 의한 명백한 편집권 침해, 언론자유 침해 행위이다.

 지난 15일 삼성그룹 측은 기사가 나간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시사저널>을 찾아와 기사를 빼줄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이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요구를 했다고 한다. 삼성 측은 '정당한 기업홍보 활동' 정도로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모양이지만, 기사에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면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고, 반론할 대목이 있다면 반론하면 될 일이다. 삼성그룹이 내부의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 정도의 언론 보도까지 막겠다고 나서는 것은 한마디로 거대 자본의 횡포이자 재벌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사회적 감시와 비판도 받지 않겠다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재벌의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편집국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보인 태도 역시 상식 밖이다. <시사저널>의 금창태 사장은 기사를 쓴 기자와 편집국장에게 "기사를 안 내보내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심상기 회장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기업의 인사 내용이라면 기사화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등의 말로 사실상의 기사 삭제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편집국장이 경영진의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경영진은 회의를 열어 기사 삭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원고가 인쇄소에 넘어간 상태에서 기사를 빼고 광고를 넣어버렸다고 한다.

 

 우리는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가운데 하나인 <시사저널>에서 사이비 언론사에서나 벌어질법한 노골적인 편집권 침해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나아가 한국사회 '최고권력'이 된 삼성그룹의 언론통제 시스템, 사회통제 시스템으로부터 어느 곳도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만약 문제의 기사가 '삼성'을 다룬 것이 아니라면 경영진이 그토록 무리하게 기사를 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올 초 삼성그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불법 대선자금 제공,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안기부 엑스파일 파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한다며 총 8천억원 상당의 사회헌납 공정거래법 헌법소원 등 취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구조조정본부 축소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마음이 있다면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따로 만든다며 생색을 낼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 대한 언론들의 일상적인 비판 활동을 받아들고 수용하는 자세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재벌의 외압으로부터 편집국을 보호하기는커녕 기사 삭제에 앞장선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에게 촉구한다. <시사저널> 경영진들의 일방적인 기사 삭제는 언론사 경영자로서 결코 용납 받을 수 없는 편집권 침해행위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발행하는 잡지의 권위와 신뢰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제 발등 찍기'나 다름없다.

 우리는 <시사저널>에서 물러나야 할 사람은 외압을 거부한 편집국장이 아니라 언론사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금창태 씨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일선 기자들의 요구대로 이 국장이 복귀하고 금 사장이 사퇴하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만약 시사저널 경영진이 끝까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언론계 전체와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을 것이며, 독자들의 신뢰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끝.

 


(별지 5)

“시사저널 경영진은 편집권 유린 말라”

 

시사저널 경영진은 편집권 유린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특정 기업체와 관련된 기사가 편집국장 모르게 삭제된, 황당하고 상식에 벗어난 사태가 <시사저널>에서 벌어졌다. 문제가 된 기사는 ‘이학수 부회장 권력, 너무 비대해졌다’는 3쪽 짜리 삼성 관련 기사로 편집국장도 모르는 사이 광고로 대체되었다.

 기사를 빼라는 경영진의 요구에 저항했던 편집국장은 이와 같은 사태에 항의하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고, 경영진은 이튿날 곧바로 사표를 수리해 버렸다고 한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기사를 날치기 삭제한 것도 모자라 이에 항의하는 국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은, 삼성의 압력에 굴복해 편집국장을 몰아낸 편집권 강탈 사태”라며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시사저널> 편집국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지난 2월 8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했을 때 ‘어떤 목소리든 겸허하게 귀 기울여 듣겠다’던 삼성 그룹의 대국민 호소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는데, 비판적인 기사 하나를 막아 보겠다고 그룹의 고위 인사가 분주히 움직이고, 그로 인해 유력 주간지의 편집국장이 언론사를 떠나야 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시사저널>에서 벌어진 삼성 기사 삭제 사태는, 날로 위세를 더해가는 자본 권력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광고로 언론을 길들일 수 있다는 거대 자본 삼성의 오만한 태도가 한 치도 변하지 않았음을 이번 사례를 통해 확인한다.

 광고를 무기로 편집권을 유린하려는 재벌의 외압으로부터 편집국을 지켜주기는커녕, 항의하는 국장을 앞장서 몰아낸 <시사저널> 경영진의 행태도 놀랍기 그지없다. 우리는 <시사저널> 경영진의 부당한 편집권 유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냉정히 지켜볼 것이며, <시사저널> 기자들과 함께 편집권을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함께 갈 것임을 천명한다. 끝.

 

 

PD수첩 - 기자로 산다는 것 [94]
고경태 한겨레21 전 편집장 무죄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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