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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미래 - 새 길 모색하는 <시사저널> 사람들의 좌충우돌, 멀리서 응원하다
추천 : 229 이름 : 시사기자단 작성일 : 2007-08-13 18:50:18 조회수 :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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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길 모색하는 <시사저널> 사람들의 좌충우돌, 멀리서 응원하다
- 기자로 산다는 것 -

장동석(출판저널 편집장)

<시사저널> 기자들이 울던 날, 노순동 기자는 “저희만 진 것이 아니고 전체 언론이 다 진 거”라 했다. ‘최단 시간 10만 정기구독자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내세우지 않아도,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시사잡지로 자리매김했던 <시사저널>.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은 삼성 이학수 사장 관련 석장의 기사와 전체 언론의 패배를 맞바꾼 장본인이 된 셈이다.

‘짝퉁 <시사저널>’의 미망  
두 번 읽었다. 책이 나오던 무렵 <시사저널> 기자들의 근황과 생각이 궁금해 읽었고, <시사저널> 기자들이 울던 날 또 한 번 읽었다. 쉬이 읽히지만 마음은 쉬이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내려간 기자들 자신의 젊은 날의 ‘사소한’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었다.

“<시사저널> 기자들에게는 어쩔 도리 없이 <시사저널>의 피가 흐른다”는 말로 <시사저널> 기자들을 설명한 김상익 전 편집장의 글과, 지금도 이따금 회자되는 <시사저널> ‘편집장의 편지’에 관해 쓴 서명숙 전 편집장의 글 구석구석에 <시사저널>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이 묻어난다. 원고지 3.3매에 담아내기 시작한 ‘김국’(김훈 전 편집국장)의 ‘편집장의 편지’는 대박이었다. ‘김훈의 편지를 읽기 위해 <시사저널>을 사 보는’ 이들마저 생겼다.

“이른바 짝퉁 <시사저널>로 명명된 저 해괴망측한 <시사저널>에는 ‘짝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조차 과분하다”는, 지금은 캐나다에서 옷과 가방 장사를 하며 소설을 쓰는 성우제의 글은 ‘짝퉁 <시사저널>’의 미망(未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성우제는 덧붙여, <시사저널>을 <시사저널> 되게 했던 숱한 명품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사장이라면 <시사저널> 브랜드를 명품으로 만드는 기자들의 이 같은 고집과 열정을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되묻는다.

아직도 언론의 정도 걷겠다는 이상한 기자들  
‘아직도 언론의 정도를 걷겠다는 이상한 기자들’이라는 제목을 글을 쓴 문정우 기자는, “편집장을 그만두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기사를 조금 쓰는 척하다가 파업을 하니까 좋아라 펜을 놓았다”고 소개했다. 요즘 세상에 그만 한 일로 파업을 하겠다는 기자들이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요즘 언론계 풍토에 비추어 보면 <시사저널> 기자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일갈하지만, <시사저널>의 약사를 읊는 그의 필설에는 <시사저널>을 향한, 제정신이 아닌 기자들을 향한 연민이 덕지덕지(?) 묻어난다.

<시사저널>에 대한 애정과 연민은 기실 애증과 잇닿아 있다. ‘내가 만난 김훈과 서명숙’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음주가무 애호형 김은남 기자는 “내가 입사하기 전에나 입사한 뒤에나 김국은 여러 차례 사표를 던지고 항의성 잠적을 하곤 했다. … ‘김국 폼생폼사 때문에 (뒤치다꺼리하는) 후배들만 죽어난다’고 구시렁대는 기자들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김훈을 타박하지만 “이런 데스크 덕분에 위에서 편집국을 어떻게 함부로 해보지 못했다”고 두둔한다. “기사가, 훌륭하다”는 김국의 칭찬 한마디에 신이 나 또 코피 터지게 1주일을 ‘달렸다’는 김은남의 글에서는 사람 냄새 풀풀 풍기는 <시사저널> 편집국 풍경이 오버랩된다.

맛깔스러운, 때론 문화(문학) 권력에 맞서 자의식 강한 기사로 유명한 노순동 기자는, <시사저널>에서만 읽을 수 있었던 이문재 시인의 글을 비롯한 성우제·송준·고제열 등 문화부 기자들의 글을 추억하게 한다. 아울러 <시사저널>을 빛내주던 외부 필자들을 하나하나 회고하며 “<시사저널> 문화면이 조금이라도 각별한 이름을 얻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좋은 글쟁이들의 글을 찾아서 실으려 애쓴 데서 말미암았다”고 말한다.

기자로 산다는 숙명
 ‘기자로 산다는 것’은 기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나 스스로도 내 기사를 규정하기 쉽지 않은데, 하물며 독자들이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갖는 것이야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고백하는 한반도 전문기자 남문희의 기자관(觀)을 들어보자.

“국제부 초년 기자로부터 기획특집부와 사회부 현장 기자를 거쳐 오늘날까지 오는 동안 ‘모든 이론은 회색일 뿐’이며, 결국 기자는 현장에 무한대로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나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 기자는 현장만이 삶의 원동력인 셈이다. “한 쪽짜리 작은 기사라도 최소한 다섯 명의 취재원이 등장하는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는 한 편집장의 말은, 단순한 입버릇이 아니라 현장을 신봉하는 <시사저널> 모든 기자들의 입버릇이자, 실천적인 행동이었다.

‘정특종’이라는 별명답게 쿤사 마약왕국 잠입 취재, 이완용 등 친일파 재산 상속 최초 보도 등 15건의 특종을 날린 정희상 기자는, 특종과 함께 13건의 민·형사 소송에 시달려 마음고생이 끊일 날이 없었단다.

<시사저널> 사태 발생 당시 취재총괄팀장을 맡았던 책임 하나로 무기 정직 및 출근 금지 징계를 받았던 경제통 장영희 기자는 ‘삼성만 후벼 파는, 비난만 일삼는 기자’ ‘반기업적 기자’라는 비난에도 굴하지 않고 “삼성은 막강한 경제력을 원천으로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려 하고 있다. 삼성은 선출되지도, 견제 받지도 않는 권력이 되었다”는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에게 기자로 산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인 듯싶다.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는 <시선집중>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정치 소식을 전하는 이숙이 기자를 모를 리 없다. 대선 2번, 총선 3번, 지방선거 3번을 치러낸 베테랑인 그녀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정치판을 오래 전전한 여기자가 흔치 않다는 이유로, 방송에서 가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뿐 아니라, ‘현장 중심’과 ‘팩트 중심’에서 발현된 날카로운 비평과 예견을 날리곤 했다. 그 예견은 틀림없는 팩트로 다시 <시사저널> 지면을 장식하곤 했다.

새로운 언론의 길 모색하는 <시사저널> 사람들
기자들이 떠나고 비상근 편집위원제로 만들어지던 ‘짝퉁 <시사저널>’은 최근 한 일간지에 구인 광고를 냈다. 기자들이 떠난 자리를 몇 사람의 편집위원으로 메우는 데 한계를 느낀 모양이다. 반면 <시사저널>을 떠난 기자들은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을 꾸려 새로운 언론의 길을 모색하고 나섰다. 자본에 예속되지 않는, 시민들의 열정으로 만드는 진정한 독립 언론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그들은 지금 충일하다.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김국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김훈이 천막 농성 현장에 찾아와 남긴 말로 글을 마치려 한다. 그곳에 언론의 편집권에 대한 짧지만 강한 훈수가 들어 있다.

“개인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편집권이란 이 세상에 없습니다. 편집권이 기자에 속한 것이냐, 편집인에 속한 것이냐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논의의 수준 자체가 저급한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논의를 할 게 아니라, 그 편집권이 작동된 방향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문제 삼아야죠. 편집인에게는 편집권이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성, 이것을 수호할 의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회사 측은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를 인격권이나 재산권처럼 오해한 데서 결국 이 모든 사태가 빚어진 것이죠. 30년 전의 착각이 아직까지도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 참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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