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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나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추천 : 106 이름 : 安逸 작성일 : 2007-03-25 15:36:51 조회수 : 1,059
http://blog.khan.co.kr/97dajak
※ 나는 원래 좀 진지한 사람이지만, 요즘 더 진지해진 것 같다. '진지하다'는 말은 '재미없다'는 말과 같다. 물론 나 스스로는 매우 재미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줄까 두렵다. 좋은 일이 아니다.


내가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제출하게 된 것은 길게 보아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지만,
그 과정만큼은 사뭇 극적이다.
나는 논술학원 강사로서, 이번 시사저널 사태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고,
깊게 관여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꼈다. 나아가 나의 주제인 논술문제와 시사저널로 불거진 언론의 문제를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과의 술자리에서 '노트북들고 한 자리 꿰찰수도 있다'고 했는데,
아마 다들 농담으로 생각했을 거다.

논술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04년경 한창 군생활을 하면서이다.
다행히 사단의 참모부 인사병으로 대대장과 장교들을 호령하던 '요직'에 있던 관계로
'병'이지만 '병'이 아니기도 한 모호한 위치에 있어서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많았고, (지금도 명맥을 유지한다는 전군 독서 커뮤니티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많은 젊은이들이 영감을 얻어갔다)
밤에는 새벽까지 '불법적'으로 독서를 했다.
그때 처음으로 A4 50쪽짜리 리뷰를 썼던 기억이 있다.
내가 쓰고자 하는 리뷰는 '시사저널 빨간 책'의 리뷰이자,
이 사태를 나의 몽상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큰 의미의 리뷰'이다.

사람이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때는
매우 여러 가지를 감안하기도 하고,
단 한 가지를 감안하기도 하는데,
단 한 가지를 감안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능력치, 돈...기타등등
기타등등에 훨씬 많은 가능성을 부여한 나는 '교육의 가능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사교육으로 잠입해 사교육을 전복시킨다'는 구호를 마음에 새겼다.
그 구호는 만2년간의 실험을 통해 실패로 드러났다.

언론과 논술을 비교하는 자체가 어떤 기자님들에게는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영역은 지극히 '추상적 본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시적으로 '통용'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우리나라 언론'에서 '언론'이라는 본질이 '0.1%' 정도는 명확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논술'에는 '논술'이 그나마 '0.01%'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언론'은 그나마 행복하다."
매우 절망적인 선언이다.

사표를 내게 된 계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스콧 니어링 / 헨리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에서 눈부시게 펼쳐진 삶의 모습에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시사저널 사태'를 내 식대로 해석하여 '우리나라의 문제적 상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기자든, 독자든, 취재원이든 '언론'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혹은 이 위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0.1%마저 있던 우리나라의 '언론'이 지금 죽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예비 작가'이자 '예비 학자'로서 이것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학자나 작가들은 '사소한 사건'에 '역사성'을 부여하는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 사건에서 '구조와 상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어찌 '지식'을 논할 수 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몸'이 좀 가벼워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직업 특성상 좀 유연하게 시간을 운용할 수가 있기 때문에
처음 얼마간 무리를 해서라도 가벼운 노트북을 구입하고,
쉬는 날을 2분화해서 그 1분은 마눌님이 삐지지 않게 잘 활용하고(매우 중요하다)
나머지 1분은 시사저널 기자들 괴롭히는 데 써야겠다고 정해두었다. 이것은 동시에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데 써야 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논술'이 현재 통용하고 있는 '논술'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 전에 '언론'이 대한민국에 현존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것은 물론 나 혼자만의 과제는 아니다.
냉정하게 보아, 우리나라에 '언론'이 현존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언론'에 대해서 그동안 관대한 시선을 거두고 최대한 냉정해지기를 바란다. 나는 우리나라에 '언론'이 없다고 생각하며, 신자유주의 이후에는 전혀 다른 '언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이후의 '언론'은, 현재 논술시장에서 통용되는 '논술'의 사례와 완벽히 일치한다.
'시장과 언론', '시장과 교육'은 아주 오래된 모순공생관계이지만, 균형이 깨졌을 때는 '시장도 언론도', '시장도 교육'도 궁극적으로는 공멸할 운명에 놓인다. 그러니까 나는 '교육'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시장'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라 해야 더 옳으며, 시사저널 사태를 당하여 '언론'을 바로세우고자 노력하는 분들도 '시장'을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교육을 운운하고 있는 나조차도 매우 헷갈리다. '교육'이 무엇인지. 논술이 무엇인지. 논술이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차라리 그냥 픽 쓰러져주는 게 더 교육적이지 않을지.
언론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몸담고 있는 분들도 매우 헷갈리지 않을까. 이것 역시 거듭나야 할 이유이다. 거듭난다고 해서 '언론을 바로세운다'는 지고지순한 사명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신임을 묻는다'라는 말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언론이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한번쯤은 던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명명백백한 물음의 논지를 흐리고, 단지 '옳다'거나 '정의'를 표방하여 '언론'을 지키고자 한다면, 나는 이 싸움이 크게 왜곡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한쪽이 옳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것은 성찰도 될 수 없다. '성찰'이라는 것은 '그것이 정말 옳은가'라는 물음을 고통스럽게 풀어가는 것에서부터 힘을 발휘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사교육'에서 했던 실험이 실패한 이유는 분명하다. 처음부터 '나는 옳다'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2년 전으로 되돌아가 '그것이 정말 옳은가?'에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나는 사실 시사저널 사태를 너무 미화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예전에 나는 '시사저널 기자들은 대한민국 언론의 매너리즘의 십자가를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사저널이 저널리즘의 본질에 가깝기 때문에 대한민국 언론을 대표하여 이와 같이 중대한 질문에 직면했다고 생각했다.

거듭나는 단서 중 하나를 나는 '독자'에서 찾고 싶다.
우리나라의 언론은 '가계(개인,독자)-기업-언론'으로 이어지는 3주체를 적절히 mix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를 두고 나서 정체성을 찾아가느라 매우 고심하고 있다는 말을 문정우 기자님에게 들었지만, 상상력이 좀 더 필요한 대목이다.
한국 언론이 저널리즘의 전문성과 독자들의 참여라는 상충되는 두 가지 질문을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하다못해 포털이나 매트로로 대표되는 무료신문도 '독자'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서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널리즘은 독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려 하는가. 단순히 지면구성에 독자를 참여시키라는 주장은 아니다. 그보다 독자에 대해서 너무 무신경적이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미안하다.
이 게시판에 개인사를 쓰는 것이 좀 뭣하지만, 3월과 4월 사이에는 커다란 구분선이 그어질 전망이다. 4월이 곧 온다. 준비를 해야겠다.
무적전설   2007-03-25 16:23:13 IP :   
켁 사표 쓰셨어요?
安逸   2007-03-25 16:33:33 IP :   
넹..몸이 너무 무거워서요^^ 하지만 생계전선이 바뀌었을 뿐 없어지지는 않을 거에요. 처도 딸린 몸이라..ㅋㅋ
친정오빠
  
2007-03-25 16:40:09 IP :  
사표란 그 이유를 불문하고 던질 때 마음은 잠시나마 홀가분 하지요. 나중에 어찌 될 지언정 사표란 그런 해방감이 있습니다. 해서... 축하합니다.
安逸   2007-03-25 17:31:11 IP :   
친정오빠 님//핵심을 짚으셨습니다. 홀가분할 뿐만 아니라 흥분이 되죠. 대책없는 흥분이라고나 할까요. 부담스럽지만 암튼 '축하'를 잘 받겠습니다. 이런거 받아도 되나 몰러~~ㅋㅋ
무적전설   2007-03-25 17:34:06 IP :   
리플레시 기간이 서로 맞을때 조금 먼 거리를 같이 걸으며 심도있는 이야기를 며칠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安逸   2007-03-25 17:48:58 IP :   
무적전설 님//좋은 제안입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리플레시'가 제대로 될까 하는 것입니다. 리플레시 기간에 제 몸과 마음이 더욱 고갈되지는 않을까 하는 철딱서니라고나 할까요^^
친정오라비
  
2007-03-25 18:01:27 IP :  
ㅎㅎㅎ 그럼 머지않아 두분 다 거듭 나시겠군요.
황보 반   2007-03-25 22:49:44 IP :   
안일님, 무적전설님! 거듭나소서! 응원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는 않군요.
맥주가 생각나는 하루였습니다. [1]
그저 하루종일 집에 있으려니... [4]

 거듭나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8] 安逸 2007/03/25
   ㅋㅋㅋ 무적전설 동지가 한분 생기셨군요..  [1] 당무수박 200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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