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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소설, 1-1~1-3]프롤로그
추천 : 109 이름 : 安逸 작성일 : 2007-04-10 15:08:50 조회수 : 906
http://blog.khan.co.kr/97dajak
오늘 기자회견 잘 보았습니다.
갑자기 '봄나들이'라는 말이 생각난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뜬금없이 즐거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투쟁의 자리에서 모두 웃는 얼굴로 볼 수 있는 것은 어떤 역설일까요.

소설의 컨셉을 잡았습니다.
소설이 보는 눈과
언론이 보는 눈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기 때문에
차별성을 띠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정보가 많이 필요하고 인터뷰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취재는 매우 유익했습니다.
다들 건강하시니 기분 좋습니다.


등장인물은 기본적으로 2명의 인물과 1개의 사물입니다.
본고로 가기 전에 캐틱터들을 소개합니다.




[1-1]1.3인칭의 이상한 다이어리 B


나는 말을 한다.

일상의 경험들을 시시하게 되풀이하기도 하고,

가끔 그와 관련한 불평이나 불평에 대한 논평도 한다.

a와 A는 특이한 친구(‘특별한’이나 ‘절친한’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자)이며, 나는 다이어리B이다. 그냥 B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들은 공동으로 다이어리를 작성한다.

다이어리를 작성할 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 반드시 3인칭으로 작성해야 한다.

둘째, 문체만 3인칭이 아니라 자신의 1인칭적 경험에 거리를 두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들은 이것을 1.3인칭이라 부른다.

* 1.3인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 자신의 일상을 아무리 객관적으로 기록하더라도 3인칭이 될 수 없으며, 자의식과 주관이 사유를 지배하더라도 순수한 1인칭은 될 수 없다. 더군다나 B는 a와 A의 공동 기록이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상정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B는 1.3인칭이라는 특이한 시점이 정해졌다.

셋째, 일방적으로 작성하지 않고 나 즉 B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최소한 a와 A에게서만큼은 B는 다이어리가 아니라 인격체이다.

* 그런 상상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어떤 선택에 앞서 두 가지 가치를 두고 고민하게 되지만, 두 가지 가치를 대표하는 인물-이를테면 천사와 악마-이 나타나 한바탕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a와 A가 B의 의견을 경청한다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나는 사물이다.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누군가의 생각을 대변한다. 이렇게 따지면 나나 사람(혹은 입이나 여러 가지 사람의 표현수단)이나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은 스스로 말하지 않지만, 반드시 대변인의 도움을 얻는다. 오래된 경험론을 떠올릴 것도 없다.

나는 그냥 이야기만 한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a와 A가 제공하지만, B가 스스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도 역시 a와 A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 이야기에 관한 한 나, 즉 B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참고로 이 글은 a가 썼다. (앞으로 글머리 뒤에 작자를 밝히지 않을 것이다.)





[1-2]공부 못하는 학자 a



그는 학자도 무엇도 아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꿈을 잊어먹지 않으려고 버둥대는’ 인물이다.

이 세상에는 두 눈 뜨고 꿈을 떠나보내거나

심지어 꿈을 밀쳐내는 사람도 많은데,

그들에 비하면 자신은 행복하다고 항상 주문을 건다.

하지만 그의 절친한 친구로서 한 마디 충고를 덧붙이고 싶다.

‘꿈이 있는 것’과 ‘꿈만 많은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는 고전문헌에 문학창작에 비즈니스, 거기다 약간의 정치적 꿍꿍이도 갖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샤머니즘’을 다소 믿는 것 같다.

그의 어머니가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서 그의 사주를 내려놓았을 때 점쟁이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4.3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자손들 중에서 이 손자에게 뜻을 물려주려고 하십니다. 아드님은 공력이 매우 깊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공부를 한 것 같군요.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저(점쟁이)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습성이 있어 진득하니 뜻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매우 흡족해 했다.

나는 그의 입에서 음덕(陰德)이니 명조(冥助)니 하는 저승적인 단어를 꺼낼 때마다 그가 혹시 자살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하기야 외할아버지의 명조가 있는데 그러기야 하겠는가.

나는 그렇게 부르기를 원하지 않지만, 그는 자신을 ‘공부 못하는 학자’라고 불러주기를 바랐다. 스스로도 그 이름이 매우 만족스러웠나 보다.

나는 그 이름이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물었다. 그는 ‘공부 잘하는 학자는 세상에 널렸어. 하지만 나는 공부 못하는 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며 또 즐거워했다. 나는 그가 ‘공부 못하는 학자’를 보지 못한 이유는 순전히 그가 공부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 이름이 자신이 성공해야만 하는 당위성이라고 설명한다.

“공부와 학문은 본질적으로는 같은 개념이야.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그런 것은 아니지. 그 두 단어의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그 사회는 행복한 거고, 그 반대의 경우는 매우 불행하지. 지금 우리 사회가 그래. 그래서 나는 이 이름을 짊어지려는 거야.”

그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상주의자’라는 말은 너무 뻔하고 오해와 편견 투성이 단어이므로 그의 이름으로는 부적절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충분히 계산을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큰 종류의 수를 다룬다. 사실 그는 여기 새겨진 ‘조금’이라는 말에 기분이 언짢을 거다. 왜냐하면 자신을 항상 큰 장사꾼이라고 여기고 있으므로. 뭐라 부르건 그건 내 마음이다.

그는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 ‘큰’이라는 수식어를 실천하지만, 그때마다 그 앞에 ‘조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가 사정하더라도 ‘조금’이라는 수식어를 빼주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그의 부적이기 때문이다.







[1-3]팩트에 미친 남자 A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푸른 것은 오로지 활자에 새겨진 팩트뿐이다.

그들이 함께하고,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팩트’라는 교점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한 사람은 팩트로 끝나고,

나머지 한 사람은 팩트에서 시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관계는 ‘현대적인 이웃’이다.

301호 사람과 302호 사람은 아침마다 밤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지만,

그들의 삶과 생활은 전혀 딴판이다.

그들이 가지게 되는 유일한 교점은 같은 건물 3층이라는 점뿐이다.

그가 그에게 이례적으로 신뢰감을 갖는 이유는

언제나 팩트로 돌아오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는 결국 자신이 가지는 ‘안타까운 감정’을 신뢰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어디까지나 팩트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그가 팩트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팩트’는 어디까지나 그가 그와 교감을 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본분이 기자인 그는 ‘팩트’를 이처럼 가벼이 볼 수 없다.

이런 그에게 ‘팩트’를 하찮은 소지품 따위로 생각하는 그의 성향이 곱지만은 않았지만,

그와 함께 하면 왠지 자신에게 결여된 ‘팩트’의 한 부분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지금 분명히 말하지만,

그는 그만큼 그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팩트에 반한다면 그는 분명 그를 버릴 것이다.

아니면 자신의 직업을 버려야 할 것이다.

이것은 그의 정체성과 관련이 되므로.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그는 여지껏 한번도 보도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취재원이었다.

동시에 그의 수첩에 처음으로 등록한 첫 취재원이기도 하다.
기자회견장에서 [3]
봄비가 오명가명, 들락에 날락입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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